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는 지금까지 인종차별이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그동안은 다른 인종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다른 인종과도 섞여서 사는 시대가 되었다. 이미 대학교에는 유학생, 공단에는 이주 노동자들이 많다. 이제 한두 세대가 지나면 동남아인처럼 생겼는데 한국말밖에 할 줄 모르고 한국 문화만 알고 자란 생김새 말고는 한국인과 다를바가 없는 이주민 2세들이 한국에도 사회의 한 축이 될 것이다. 미국에서 한국인들이 세탁소를 하고 중국인들이 식당을 하고 인도인들이 편의점을 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 한국에서도 일어날 것이다. 영어만 할 줄 아는 재미 한인 교포들처럼 한국말만 할 줄 아는 한국인이 아닌 세대가 등장하는 것이 머지 않았다. 우리는 그들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부모 세대의 모국을 알고 한국도 잘 아는 사람들은 어떻게 대우하느냐에 따라 귀한 외교관이 될 수도 무서운 테러범이 될 수도 있다.

아시아 국가들이 부를 쓸어모으며 경제적인 비중이 커 지고 있다. 침략 전쟁이나 석유 없이 부자 나라가 된 것은 내가 알기로는 한국이 유일하다. 중국도 이제 부자 나라가 되는 과정에 있는데 게다가 자원도 풍부하다. 두 나라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정치와 경제는 단기 예측이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 경제라는 관점에서 한국과 중국은 우상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수치로 말하자면 한국이 수탈당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한국의 GDP PPP per capita 는 지금의 두 배 정도, 8만 달러나 그에 상응하는 값이 되는 것이 적당하다. 한국과 중국이 잘 살게 되면 더 많은 외국인이 와서 같이 살게 될 것이고,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 크고 작은 이웃 나라들도 지금보다 부유하고 삶의 질이 윤택한 나라가 될 것이다.

사회 문화적으로도 급성장할 것이다. 인권, 평화, 민주주의, 우리가 사는 철학적 문제들 모두 평범한 사람들에게 돈이 충분히 있을 때 수월해진다. 지금은 인류 문명이 탄생한 이후 중국이 가장 못난 시기이다. 아편전쟁 이후 털려나간 부를 다시 찾는 중이라면, 상황은 머지않아 좋아진다는 뜻이다. 지금 중국은 공산당 독재라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근 백년을 삽질했으니 앞으로는 삽질을 덜 하는 방향으로 가겠지 싶다. 지난 역사에서 중국은 탁월한 상공업으로 동아시아 경제를 주도해 왔으니 구조적 문제가 잘 해결된다면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다. 빅 브라더를 자초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형 대접만 해 준다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게 상명하복을 해야된다는 뜻은 아니다. 형이 못 하는 게 있으면 아우한테 도움도 받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게 유교 문화니까.

중국과 동남아만 해도 인구가 많지만 인도와 남아시아를 더하면 그 크기는 어마어마하다. 이들이 구성하는 인구와 역사의 비중은 전 세계의 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다. 타고난 호전성이 적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수탈당한 채 홀대받아온 것이 백 년이 넘었다. 문제는 아시아 경제를 이끌게 될 것이 기정 사실인 한국과 중국 사회의 모습이다.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와 다른 나라를 식민지 삼아서 현지인을 열등 인간으로 차별하고 그들을 착취해서 부를 쌓은 전례가 있다. 그리고 식민지가 독립하면서 자신들의 부를 약탈해간 유럽 나라들로 이주했고 유럽 국가들은 이들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지금도 해가 멀다 하고 유럽에서는 인종 문제와 불법 이민자 문제로 크고 작은 폭탄이 터진다. 아시아에서 비슷한 일이 반복될 것인가가 우리로서 생각해 볼 문제이다.

내가 아는 개론 수준의 단편적 역사 지식으로 미루어 볼 때, 한민족과 한족은 공통적으로 침략을 좋아하지 않았다. 역사에서 중국이 한국을 침략한 일은 이민족이 집권했을 때가 많았다. 한국은 침략을 한 적 자체가 별로 없다. 천 년 전에 동아시아인들이 아랍인 인도인과 무역을 하던 시대가 있었는데 그 때 한국 왕은 외국인을 왕비로 맞았다. 다른 인종을 잡아다 동물원에 전시하던 유럽인과 역사적 행보가 다르다.

앞으로 50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사람들은 옛날 일을 잊어버리고 원래 그랬던 것처럼 여기겠지만, 그 변화를 예상하는 지금 우리는 긍정적인 미래를 기대하는 행복을 충분히 느껴보자. 그러면 오늘 하루 일상이 피곤하더라도 보람을 더 느낄 수 있다. 코로나 때문에 밖에도 못 나가고 이웃들과 가족들이 고생하는 것, 얼빠진 사람들이 놀러다니는 것을 보는 진통도 잘 겪고 나면 비슷한 문제에 대처할 면역력을 만든다.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한 사회가 되는 과정이다. 우리가 하루하루 부지런하게 공부하고, 일하고, 투표를 하려고 애쓰고, 뉴스를 보고 분노하며 친구들과 토론하고 인터넷에 댓글 다는 이 모든 것이 더 나은 미래를 쌓는 벽돌들이다.

아시아와 일본은 다르다. 일본은 역사를 관통하는 정한론과 세력 확장에 대한 열망을 지금까지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차대전과 관련된 수많은 사회 문제들은 한결같이 정한론에 뿌리가 닿아 있고 그 어느 하나 마무리되지 않았다. 그것은 침략과 착취, 인종적 계급사회를 구성하지 못한 일본 사회는 끝없는 우울에 빠져있게 되기 때문이다. 일본 내의 평화는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답을 모르겠고, 우리만 잘 하고 있으면 어차피 일본의 경제적 비중은 점점 줄어들 것이니 우리에게 별로 중요하지는 않다. 빼앗아 온 것으로 채운 곳간은 줄기만 한다.

코로나 사태를 지켜보며 든 생각이다. 동아시아는 무시할 수 없는 나라들이구나. 그동안 평가절하가 정말 컸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느 외국에서 한국을 무시하는 것이나, 누군가 중국을 무시하는 것이나 모두 웃고 넘길 일이었던 것이다. 근거 없는 주모와 자뻑이 아니라는 것은 내가 미국에 몇년간 살면서 다양한 인종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확신한다. 다시 말해 이 동네 사는 모질이들이 한국 사람들보다 잘 사는 유일한 이유는 자연 자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뜻이다. 외출 자제 명령 stay-at-home order 이 내려졌는데 놀러다니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다. 나중에 우리가 지금보다 더 대접받는 시대가 오더라도 우리는 이런 모자란 사람들도 보듬어줘야 한다.

와. 쓰고 다시 읽어보니 선민사상 쩐다. 누가 보면 단군인 줄 알겠다.

2020/04/14 02:40 2020/04/14 02:40
얼음꽃 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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