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틀랩을 모국어로 하고 파이썬 조금, 포트란 조긍, C언어도 조금씩 써 본 적이 있다. 내가 C나 포트란을 써야 할 일이 있을 때 외국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든 때가 많았다. 예를 들면 매틀랩에서 vq = interp1(x, v, xq) 하면 되는 것을 C 나 포트란에서는 수식을 내가 직접 넣어서 for 루프로 함수를 만들어서 썼다. 찾아보면 내삽 정도는 편리하게 할 수 있는 손쉬운 라이브러리가 어딘가 있겠지만 그거 설치하는 것도 경험이 부족한 제2 외국어 사용자로서는 시간과 품이 드는 일이다.

내 친구 중에는 자바를 모국어로 쓰는데 매틀랩을 조금 아는 친구가 있었다 얘기를 하다 보면 매틀랩에서 for i=1:ii a=a+1; end 이런 식으로 삽질 코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렇더라도 그 친구에게 벡터라이제이션을 강의할 생각은 없었다. 그 친구에게 매틀랩이 유용했던 건 대충 간단히 계산할 때 라이브러리나 변수 선언 신경쓸 필요 없고 짧고 간단한 스크립트가 아무렇게나 해도 잘 돌아간다는 장점이었을 것이다. 자바는 시작부터 클래스니까.

여기서 언어는 프로그래밍 언어이다. 그 친구와 내가 코딩으로 대화할 수 있었던 건 내가 매틀랩을 잘 알고 자바를 살짝 알고, 그 친구는 자바를 잘 알고 매틀랩을 살짝 알기 때문이었다. 마치 한국어를 잘 하고 영어를 조금 하는 한국인과 영어를 잘 하고 한국으를 조금 아는 미국인이 나누는 대화 같은 모양새였던 것이다. 한명이 영어로 말하고 다른 한명이 한국어로 말하는데 둘다 잘 알아듣는 모양이 그것이다.

어떤 사람은 매틀랩이 언어가 아니라 명령어 기능이 있는 소프트웨어라고 말한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다른언어에 익숙한 상태에서 매틀랩에서 행렬 계산 몇 번 해 본 사람의 수준에서 보이는 것이 그뿐이지 매틀랩 프로그래밍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아주 범위가 넓다. 옛날 내 선배는 "네가 생각하는 모든 건 매틀랩으로 다 할 수 있다"고 했다. 십 년 넘게 써 보니 지금까지는 정말로 그랬다. 그리고 지금도 매일 코딩을 할 때마다 몰랐던 매틀랩의 기능을 계속 배우면서 옛날에 썼던 내 코드들도 수정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특수 환경에만 쓰이는 목적이 분명한만큼 장단점도 분명하지만 장단점을 말할 수 있으려면 충분히 숙달되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매틀랩이 느리다고 알고 있지만 잘 짜여진 매틀랩 코드는 대충 짠 웬만한 C 코드보다 빠르다. 실제 매틀랩은 빠르기도 하고 느리기도 한 것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매틀랩이 빠른 것은 경험해보지 못했다.

매틀랩은 장단점이 분명하다. 수식이 쉽다. 코드가 짧다. 행렬 계산이 빠르고 강력하다. 과학기술용 툴로 사용자 수가 적당히 많고 역사가 적당히 깊다. 특히 전자공학과 기계공학 전공 수업에서 배우는 대부분의 기능이 내장 함수로 들어있다. 전문 응용 분야에 따라 툴박스가 있다. 돈을 내고 사용하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생각없이 해서는 복잡한 코딩을 유지보수 할 수 없다. 반복문이 느리다. 배포와 이식이 어렵다. 버전업에 따른 하향 지원이 별로다. amd cpu에서 느리고 불안정하다. 프로그램 실행이 느리고 무겁다. 돈 낸 만큼 충분한 지원을 받지는 않는 것 같다. 결정적으로 내가 속한 기관에서 라이센스 구매를 안 해준다. 라이센스 구매를 해 준다 하더라도 깜빡하고 내가 사용하는 명령어가 속한 툴박스를 같이 사지 않은 산 경우에는 일이 하염없이 복잡해진다.

영어권에서는 ESL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English as a Second Language 라는 뜻이다. 영어를 두 번째 언어 또는 첫 번째 외국어로 배우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 거만한 미국인과 영국인을 제외한 세계 대부분의 영어 사용자에게 영어는 두 번째 언어이다. 그게 국경없는 언어로 쓰이는 영어 기능에서 기반이다. 영어 덕분에 전 세계 과학기술자가 서로 어눌한 영어를 써서 스스로 학술 발표를 하고 통역 없이도 회의를 할 수 있게 된다. 매틀랩을 쓰는 나와 자바를 쓰는 친구가 둘 다 파이썬을 배운다면 더 쉽게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내 생각은 PSL이다. 컴퓨터 언어를 다루는 대부분의 사람이 모국어와 파이썬을 익한다면 많은 분야에서 시너지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내가 매틀랩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믿고 있다 한들, 외국어 하나를 배우는 것이 줄 긍정적 영향은 대단할 것이다. 외국어를 배우지 않고는 모국어를 제대로 깊이 이해할 방법이 없다는 말이 여기서도 통한다. 모국어에 불편하고 답답한 점이 있을 때 원래 안 되는 거라고 포기하기보다는 다른 언어에서 더 쉽게 하는 방법을 안다면 일이 훨씬 간단해질 것이고, 모국어로 다시 돌아와도 생산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 나는 내 매틀랩 실력이 한국어로 제법 유창하게 소통하게 되어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사춘기 청소년같은 단계에 섰다고 생각한다. 외국어를 배울 때가 됐으니 대세를 따라 파이썬을 잘 배워놔야겠다.

외국어를 잘 아는 것은 국경없는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넓은 세계의 유용하고 정확한 정보를 빠르게 알 수 있다. 생각은 언어로 구체화되는만큼 두 가지 언어의 장점만 모아서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다. 만에 하나 내가 쓰는 언어가 망한다면 쉽게 이민을 갈 수 있는 것도 큰 잠재력이다. 언제든 이민갈 채비를 할 수 있는 유능하고 똑똑한 국민이라면 지배자가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나 같은 사람이 파이썬을 잘 다뤄야 매스웍스가 분발할 것이다.


2020/05/07 11:26 2020/05/07 11:26
얼음꽃 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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