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과 부동산의 차이점

비트 코인과 가상 화폐는 모두 도박이라고 말하는 사람과 근로 소득이 무의미한 시대가 되었으니 투자를 해야하는데 부동산 가격은 이미 천정부지이고 주식도 꽤 많이 올랐으니 코인만이 답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상반된 의견이 시끌벅적하다.

가상 화폐라고 말하는 것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무엇인가가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나 상품과 교환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고 서로 약속했다는 뜻이다. 그 약속은 누가 보증하는가. 그게 문제다. 믿을 수 있는 권위를 가진 기관이 거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상 화폐를 가지고 필요한 물건을 산다는 말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가만 생각해 보자. 비트코인이 작년에 비해 올해 가격이 몇 배로 뛰었기 때문에 가치가 없다면 그럼 부동산은 어떤가. 시골 허허 벌판 가운데 수십층짜리 호화 고층 아파트를 지어서 수억원에 사고파는 것을 본다. 그 콘크리트 구조물의 한 칸이 진짜 수억원의 가치가 있을까. 배고플 때 그 아파트를 씹어먹을 수 있나? 평범한 회사원이 평생 일을 하며 만들어 내는 세상에 대한 기여가 수억원의 현금과 같은 가치라면 그 아파트도 그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그만큼의 크기인 구조물에 콘크리트를 바르는 데 드는 돈은 고작 수백만원에서 충분할 것이다. 집짓는 원가를 다 합해도 수천만원 안에서 해결된다. 그렇게 만들어낸 아파트 한 세대라는 공간이 수억원에 거래되는 이유는 그 돈에 샀다가 비슷하거나 더 비싼 돈에 팔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인 것이다. 그렇다면 남들이 다 그렇게 믿기 때문에 나도 믿는 것인가. 그 아파트가 그 가격에 거래되어야 한다는 약속은 어떤 권위를 가진 누가 보증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아파트 가격이라는 것은 사 놓으면 오른다는 믿음이 유일한 근거가 아닐 수 있나. 사놓으면 오르기 때문에 산다는 코인 투자자들의 주장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 부동산과 코인은 이렇게 닮은 점이 많다. 주식도, 현물 투자도, 다양한 금융 상품도 모두 마찬가지다. 실체가 없기는 매한가지다. 근본적으로 변동성의 시간 스케일이 기존 투자 자산과 가상화폐의 의미있는 유일한 차이이다.

화폐 자체를 보자. 한국의 원화든 미국의 달러든 돈이 가치가 있다고 믿는 것에도 비트코인 이상의 근거가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어렸을 때 백원에 사먹던 과자가 천원이 됐다. 어렸을 때 내 주머니에 백원이 있었다면 과자 한 봉지를 사 먹을 수 있는 가치가 있다고 언제든지 그 백원을 과자로 교환할 수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어렸을 때 그 백원을 그대로 주머니에 넣고 지금까지 있었다 하면 지금 그것을 꺼내도 과자 한 줌도 사지 못한다. 비트코인이 수십 배 올랐다고 그것을 들어 가상 화폐가 사기라는 말을 한다면 화폐를 매일 사용하는 우리로서는 그 근거가 허술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내 주머니에 있던 백원이 가진 가치는 어디로 갔나. 현금 역시 사기다.

부동산이나 현금이 대부분의 국민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폭락했을때 정부가 정책을 취할테니 믿을 수 있다는 믿음이라면, 그렇다면 대부분의 국민이 코인을 가지고 있어도 똑같아야 하는 것일테다. 화폐든 부동산이든 국가적 위기 상황이 생겼을 때 나를 지켜줄 수는 없다. 국가가 나를 지켜준다면 다행이지 닥치면 어떻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역사 속에 많은 나라는 망했고 국민을 버렸다. 망하지 않더라도 경제가 어려워지면 교묘하게 나의 재산을 가져간다. 양적완화는 전 국민의 재산을 국가가 골고루 수거해 가는 뻔한 방법이다. 그것도 아주 뻔뻔하게 가져간다.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어느 순간 정부가 갑자기 돈을 펑펑 찍어내면 십 년을 일해서 살 수 있는 집이 나의 의지와 관계 없이 이십 년을 일해야 살 수 있는 집으로 바뀐다. 열리지 않는 사토시의 지갑이 양적완화로 화폐 가치를 하락시키는 정부들과 중앙은행들보다는 지금까지는 더 정직하다. 내가 사는 나라의 정부가 어느 순간 짐바브웨나 베네수엘라와 같은 짓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불과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무당이 국정 운영을 할 거라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불가능한 상상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비트코인에 쏟아지는 이런 관심들이 좋다거나 나쁘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 경제 시스템 자체가 아주 천천히 변동하는 가상화폐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일 년 열심히 일하고 월급을 받지만 내가 만져본 적도 없는 그 돈은 은행에 숫자로만 존재하지 않는가. 그 돈이 거기 있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내 통장 잔고를 종이돈으로 인출한다고 내가 몇 년 일한 노동의 가치가 고스란히 거기 담겨있을까.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과자를 사먹지도 못하는 백원처럼 점점 쪼그라들어 버릴 것이다. 그것도 어차피 가상화폐이다. 현금도 가상화폐이고 부동산도 실제의 가치와 거래가는 까마득한 괴리가 있어서 실제 시공 원가를 제한 나머지는 가상적인 손으로 잡을 수 없는 무언가의 가치이다. 수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호황과 불황을 겪으며 어떤 사람들은 강물에 뛰어들고 누구는 단지 타이밍이 우연히 잘 맞아서 떼부자가 된다. 똑같잖아. 똑같지. 하나도 다를 것 없이 다 사기지. 누군지 모르는 경제학자들과 금융 기업가와 행정가 정치인 재벌들이 짜고치는 노름판과,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알아들을 수 없는 방법으로 만들었다는 가상 화폐의 백서는 결국 같은 결과를 만든다.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그렇다. 가상화폐에 열광하는 사람들, 비트코인 등락에 일희일비하는 사람들, 일확천금을 노리며 불나방같이 달려드는 사람들, 그들은 모두 현대 경제와 금융 시장의 사기에 질려서 신물이 난 사람들이다. 가상화폐의 허구성을 그들도 알고 있다. 현금과 부동산과 금융 상품의 허구성에 대해서는 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코인에 투자하는 것이다. 다 똑같은 사기꾼들이라는 것을 모두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가상 화폐 대부분이 사기라는 말은 그 사람들에게 귓등으로도 들리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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