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와 주병진의 인생을 보며

이경규와 주병진 둘 다 희대를 풍미한 일류 코미디언들이었다. 활동 시기도 비슷했어서 나는 어렸을 때 둘 다를 좋아했었다. 둘의 재치는 따라갈 사람이 없었고 김국진과 김용만, 남희석, 신동엽이 나오기 전까지 유명세를 따라갈 사람이 없었다. 원래 한국의 역사에서 조선시대 이전의 코미디란 지금 말하는 스탠딩 코미디언에 가까웠다. 그런데 일본 코미디 영향을 받아 코미디 자체가 단막극 같은 연극 구성의 쇼를 하게 되었다. 이것을 깨고 입담으로 웃기는 코미디를 선보인 사람들이 쟈니윤, 주병진, 이경규였다. 문화인으로 선구자라고 말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두 사람의 개인사는 많이 비교된다. 주병진은 이경규의 선배로 이경규는 주병진의 덕을 보았지만 주병진의 일방적인 강압에 의해 경직된 선후배 사이로 지냈다고 한다. 주병진도 한때 엄청난 사랑을 받았던 인기 최고의 코미디언이었지만 대마초 사건, 음주운전, 도박, 사업 실패, 성추문 사건 등으로 대중에게 보이는 인상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성추문에 대해서는 처벌은 받았음에도 실제로는 잘못이 없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고 나중 지나서는 잘못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잘 알 수 없게 되었지만 결국 주병진은 그 후에 성추문 사건의 기억으로 남고 말았기에 연예인으로서 활동은 끝나버린 것이다.

이경규는 일찍 결혼을 하고 공처가로 살기로 유명했다. 어린 예림이랑 같이 티비에 출연하고 광고도 찍는 모습도 보여주면서 가정적인 면을 보여주는 것은 평소 코미디언으로서 버럭하는 인상이 센 사람이어서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다. 후배들을 많이 챙기기로 잘 알려져 있다. 유명한 많은 코미디언들이 이경규에 의해 유명해지고 이경규와 관계를 유지했다. 삼십 년 방송을 해 먹고 앞으로 삼십 년을 더 해 먹겠다는 이경규의 말은 정말로 그렇게 되고 있다. 그만큼 오랫동안 꾸준히 상을 받아오고 있고 지금도 계속 방송에서 주역을 맡고 있으니 코미디언으로서 참으로 대단한 경력을 계속해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연예인을 통틀어 이렇게 오래 지속적으로 정상급 인기를 유지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영화를 하다가 망했던 이경규도 인생에서 큰 실패와 좌절을 맞았고 속옷 사업이나 크고작은 사건 사고들을 주병진도 겪었다. 그렇지만 이경규는 사업을 통해 당시 사람들이 하기 어렵던 무엇인가를 시도했고, 잘 되지 않았더라도 교훈을 얻고 중년 이후 인생에 발판이 되었다. 최고 전성기에서 모든 것이 잘 되던 순간에 겪은 거짓말같은 대실패는 그 후 겸손하게 살도록 지침을 주는 부적과도 같은 것이 되었다. 주병진은 그 과정이 길고 오래 걸렸다.

최근 몇 년 사이 주병진이 티비에 다시 나오는 것을 보면 반갑다. 과거에 사고를 많이 쳤던 사람이었어도 중년을 넘어서고 있는 지금에 와서 조용하게 지내고 있는 주병진은 결코 미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젊었을 때보다 훨씬 신사적인 면모가 풍기는 듯해서 다행이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데에 주병진은 오래 걸렸다.

이경규는 참았고, 참았고, 또 참았다. 성질이 없는 사람도 아니면서 가족을 위해 참고 친구와 후배를 위해 참았다. 그리고 성질 더럽다던 이경규는 이제 많은 것을 가지고 살고 있다. 아마 자기의 꿈을 이루고 있지 않나 싶다. 보통 사람들이 꿈꾸는 사회적인 성공은 이경규나 주병진과 비교할 필요가 없을 만큼 소박하다. 그러나 인생을 사는 방향에 대해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해 두 인물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이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끌어나가는 것에 가깝다면 이경규를 보아야 한다. 나는 오늘도 이경규를 생각한다.

주병진 어록 —-
‘난 어린 시절 좋은 집에서 사는 것이 유일한 꿈이었고 나이 들어서 그 꿈을 이룬 줄 알았으나 껍데기에 불과했다. 좋은 집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내가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너희들 나이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면 난 그렇게 할 것이다. 너희들 나이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사는 아름다운 집을 가질 것이다.’

이경규 강연 발췌 —-

화가 너무 많이 났어요. 녹화시간 점점 길어집니다. 그래서 후배들이 녹화를 길게 하면 중간에 제가 잘르라 했어요. 잘라버렸어요. 그리고 밖으로 불러다 스튜디오 뒤로 불러서 쪼인트를 갈겼어요. 그런데 이렇게 제가 못참아 하니까 제 뒤에 사람들이 한 명씩 슬슬 떠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피디도 떠나가고. 여자 작가들은 제가 걸어가면 마치 홍해 바다가 쩍 갈리듯이 벽으로 다 붙어요. 저를 무서워하기 시작한 거에요. 프로그램이 하나 둘씩 없어지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 제가 깊이 생각을 했습니다. 아 이제 참아야겠구나. 참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 정말 참았어요. 제가 많이 바뀌었어요. 여러분 마라톤 해 보셨죠? 세상에 제일 재미 없는 운동입니다. 이거를 4시간 50분 내가 뛰었습니다. 꾹 참고. 이걸 뛰고 나니까 난리가 났습니다. 감동적이었다. … 너무 잘한다 이경규. 후배들을 잘 이끌고 잘 나가는구나. 왜 제가 참았기 때문입니다. 아 정말 참길 내가 잘했구나. … 역시 참고 나니까 댓글에 좋은 글들이 많이 올라왔어요. 야 이경규의 새로운 면을 봤다. 이런 사람은 나이를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저렇게 산에 올라가는구나. …

이렇게 제가 지리산 등정에 성공을 하고 저는 아 정말 내가 참길 잘했구나. 앞으로 내가 방송을 좀 더 열심히 하려고 방송을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으려면 정말 참아야겠구나 이런 놀라운 엄청난 교훈을 얻었습니다. 여기서 20킬로그램의 짐을 메고 올라갔습니다. 저는 그 짐을 정말 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산꼭대기에서 그 짐을 열어보니 먹을 것들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굉장히 중요한 교훈이 들어있어요. 여러분 함부로 인생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아서는 안된다는 놀라운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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